신방에 드는 심정으로...사랑 서신 제150호


일주일 내내 혜송님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신방에 드는 새신랑의 심정으로...

단벌 외출복인 푸른 수의는 수요일쯤 미리 세탁해 두었습니다.
토닥토닥 잘 두드려 바짝 펼쳐 말리는 것으로 다림질을 대신했습니다.

소풍 전날 밤 아이처럼
간밤 내내 선잠으로 뒤척였습니다.
곤히 잠든 해님을 보채며 이른 아침에 깨었습니다.
들뜨고 설렌 맘에 밥이 메어 아침 그릇은 결국 다 비우지도 못했습니다.
1분이면 끝날 세면을 1시간인 양 했습니다.
얼마나 문질렀던지 뺨이 다 얼얼합니다.
칫솔모는 또 얼마나 시달렸던지 펑퍼짐해졌습니다.
화장도 했습니다.
옥중 화장이라야 기껏 스킨과 로션을 범벅 치는 일이겠지만
평상시엔 좀처럼 손이 가지 않던 목 뒷덜미까지 도포하였습니다.
향수를 대신하여 푸른 수의 곳곳에 스킨을 살포해 두었습니다.
혜송님 꼬옥 껴안을 때 징역 냄새나 홀아비 냄새가 폴폴 나면 곤란하잖아요.
평소엔 쓰지 않던 스킨을 오늘 특별히 옆집에서 빌렸습니다.
길지도 않은 머리 거울 보며 정성스레 빗질도 하였습니다.
삐져나온 코털은 없는지 눈썹은 가지런한지 눈곱은 끼진 않았는지
얼굴에 까칠하게 일어난 잡티는 없는지
잘 뵈지도 않는 플라스틱 거울이 구멍날 뻔 했습니다.
팬티도 가장 새것으로 골라 입었습니다.
옥빛 은은한 아주 예쁜 팬티입니다.
내복도, 티셔츠도 모두 새것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양말도 가장 뽀얀 것으로 신었습니다.
운동화에 묻은 먼지 때는 물걸레로 깨끗이 훔쳐내었습니다.
렌즈만 닦던 안경도 테두리까지 반짝반짝 윤나도록 손질했습니다.
맘먹고 몸단장하는 일이 그렇게도 시간이 많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아침 따라 별스레 헤벌쭉하여 싱글거리던 내 모습이
동네 사람들의 눈에 실없어 보이지나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오늘까지 일주일 내내,
신방에 드는 심정으로,
혜송님을 기다렸습니다.
그랬었길래,
오늘 특별접견장에서 꼭 잡았던 혜송님의 손을 놓고 떠나보내기가
정말 정말 아렸답니다.


오래 전 12월 2일 **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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