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범국민대회에 대한 소고..

6.10 범국민대회에 대한 소고..
작성일:2009.06.12



6.10 범국민 대회가 끝났다. 저마다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평가들을 내놓는다. 기대가 컸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준 모양이고, 집회가 두려웠던 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이다. 내 보기엔 양측 모두 성급한 판단이며 실망할 이유도 없고 안도할 이유는 더욱 없다.

엊그제 6.10 대회의 풍경은 민심이 가장 잘 나타난 집회였다. 지난 글에서 한 언론의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한 바 있다.(기사참조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articleid=2009060903111560507&newssetid=1331) 노짱의 죽음에 대한 책임의 경중을 묻는 여론 조사 결과는 ‘본인과 가족(+측근)의 책임이 MB와 검찰보다 크다’고 판단하면서도 동시에 ‘검찰 수사는 공정치 않았고 정치 보복이란 주장에 동의한다’는 일종의 '모순된 민심'을 보여 주었다. 그런 ‘민심의 모순성’이 6.10 대회를 통해 잘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노짱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나 언론의 패악질과 검찰 수사의 부당성에 대한 분노가 사람들을 거리로 '내모는 힘'이었다면, 노짱의 가족과 측근들의 부정에 대한 실망감이나 자신이 노짱의 죽음을 방조한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자책감은 공격적인 대정부 저항을 '말리는 힘'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두 힘은 지속적이고 적대적으로 상충하기 보다는 일시적인데다 '말리는 힘'이 지닌 가변성 탓에 두 힘이 융화를 일으킬 경우 그 폭발력은 가늠할 수가 없다. 쪽수만으로 6.10 대회를 쉽게 평가할 수 없게 하는 내면의 이유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멀 생각해?

노짱의 죽음-전직 대통령의 자살은 정국을 뒤흔드는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임엔 분명하다.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2주 전 국민장을 치르던 경복궁에서의 식중 소란을 보면서, 그리고 노제가 있었던 서울광장에 출렁이던 그 거대한 인파를 보면서, 바로 그 순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명운은 그 사람들의 손에 달렸을 거란 생각들을 했었다. 가슴 속에선 명박이는 벌써 죽은 목숨이었고 일부 노망난 늙은이들의 악담은 죽기 전에 내뱉는 단말마의 비명처럼 들렸다. 그 순간 청와대도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경복궁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소란의 찰나지간에 당황하고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하던 명박의 눈빛을 나는 보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국민장을 치르던 그 무수한 인파는 조용했고 장례식은 무탈하게 끝났다. 그 인파들 중의 일부가 재집결한 6.10 국민대회 역시 예상과 달리 폭발성은 없었다. 과연 예상과 다른가? 아니다, 내게는 예상 그대로다. 예상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예상을 잘못했을 뿐이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이슈의 선명성만을 놓고 보면 광우병 집회 때나 그 이전의 효순-미선양 집회 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추모정국의 시국 집회는 시종일관 이전의 집회들과는 다른 차분한 양상을 보여준다. 어째서? 왜? 노짱의 죽음은 정부와 검찰의 공정치 못한 과도한 수사와 더불어 언론의 왕따식 보도 행태 탓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이 대세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차분함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슬픔과 자책이다. 추모정국을 움직이는 최대의 기제들이다. 슬픔과 자책! 나 또한 예외가 아니고 노짱을 추모했던 수백만 인파의 가슴과 가슴을 연결하던 띠는 바로 슬픔과 자책이었다. 가족이나 이웃 중에 누가 죽었을 때 보이는 그런 일반적 슬픔과는 달리 노짱의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깊은 슬픔 속에는 통렬한 자책감이 내재되어 있었다. 모두가 죄인된 심정으로 노짱의 영전에 손 떨며 국화를 올렸다. 추모정국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문구는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였다. 그 죄인된 심정이 바로 무질서와 혼란이 아닌 질서정연하고 경건한 추모정국을 이끌어가는 주된 동력인 것이다. 추모 정국을 추동하는 힘이 분노가 아닌 슬픔이란 점이 효순-미선양 정국, 소고기 정국과 달리 차분한 양상을 보여주는 이유다. 효순-미선 양이 죽었을 때는 분노의 대상이 너무도 명확했기에 슬픔은 짧았고 분노는 길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크고 긴 슬픔에 분노가 끼어들 자리가 없고 분노의 대상조차 명확히 가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자신을 질책하고 자신에게 분노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명박과 정권을 향해 분노할 여유는 없어 뵌다. 그런 이면의 정서가 6.10 대회를 통해 잘 반영된 것이라 여겨진다. 슬픔을 공유하며 다시 모였으나 명확하게 단죄할 수 있는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한 들끓는 분노는 '아직은' 쉬 드러내고 있지 않다. 앞으로 어떡해야 할까? 정부는? 야권과 진보진영은? 국민은? 오판은 자칫 파국을 부른다. 잘들 처신하자. 민심을 정확하게 읽는 자만이 천하를 얻으리라!

멀 어쩌라고?

정부에 고한다.

절대 착각하지 마라!(기사 참조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20&articleid=2009061201541460119&newssetid=1) 난 이 기사를 보면서 명박과 청와대는 역시 어쩔 수 없는 돌대가리들이란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사고하는 수준이 딱 우물 안 청개구리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단세포 듕신들의 한계는 어차피 죽은 조상이 살아나서 보여주고 들려줘도 모른다. 청와대가, ‘감성 일변도의 분위기’가 잦아들고 ‘침묵하는 다수’가 기지개를 켜면서 '길거리로 나선 민주당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라며 김칫국물부터 마시난 듯 6.10 대회를 논평하였다. 대단히 큰 착각이다. 앞서 언급했듯 ‘아직은’ 슬픔과 자책감이 깊어 분노의 대상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을 뿐 ‘긴 슬픔’이 ‘큰 분노’로 탈바꿈되는 건 시간 문제이거나 계기 문제다. 시간과 계기가 적정히 맞물려서 슬픔이 분노로 표출되는 순간 이 나라의 장래는 알 수 없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바이기에 지난 글에서도 극히 경계하였다. '침묵하는 다수'는 궁지에 몰린 자들이 너도나도 툭하면 기댈 수 있는 그런 언덕이 아니다. 청와대는 '침묵하는 다수'를 운운하는 따위의 개색휘 도토리묵 씹는 허튼소릴랑 관두고 당장 국정쇄신의 묘안을 짜내고 제시할 일이다. 애써 분노를 삭이고 있는 진짜배기 침묵하는 다수가 언제 그 기나긴 슬픔을 분노로 표출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거늘 더 늦기 전에 민심을 다독이라. 지금의 민심은 노짱의 죽음을 극도로 슬퍼하고 있다. 슬퍼하는 민심을 다독이기는 커녕 그 민심을 자극하는 행위가 계속 반복된다면 6.10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라 장담 못한다. 각종 악법의 입법 계획은 되물리거나 재검토하고 노짱의 죽음에 따른 슬픔을 달랠만한 인적 문책과 제도적 맹점들을 보완하고 민생을 돌보는 혁신적인 정책들을 신속히 제시하라. 감성 일변도의 민심은 지금 잦아드는 게 아니라 폭풍전야의 고요와도 같은 상태임을 제대로 진단해내길 바란다. 이런 주문이 바로 청와대 말마따나 ‘사회와 경제 안정을 원하는 다수의 목소리’란 것을 절대 명심하라!! 안도하지 마라. 예고도 없이 다가오는 쓰나미가 있음이다.

야당과 진보 진영에 고한다.

벌써 실망들 하셨나.(기사 참조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09061201534159919&linkid=4&newssetid=1352&from=rank) 노짱의 정신을 계승하자던 자성의 소리가 또 잠시 주춤하겠구먼, 그러치? 촉새들처럼 굴지 마라, 욱껴, 욱껴, 클클클.....실망할 이유 하나도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추모정국에서 표출된 민심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6.10 집회로 실망한 자들이 있다면 그건 먼가 당리당략이나 사익의 노림이 있었던 자들이나 세력일 게다. 정확한 민심의 상태와 요구를 알고 그에 합당한 전술과 전략을 짜라. 내가 누누이 강조하는 바이지만 추모정국에서 정도 이상의 것을 노리다가는 입에 문 고기마저 개울물에 떠내려 보내는 욕심 많은 개꼬라지가 되거나 닭 쫒다가 지붕 쳐다보는 개꼬라지가 될 수도 있다.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이 6.10 집회 때 그 정도나 모였으면 ‘엄청나게’ 모인 것이지 뭘 더 바래나. 그 사람들이 화염병과 각목으로 무장하여 온 거리를 점령하고 청와대로 진격할 것을 바랬나. 에혀~아서라, 말어라! 6.10항쟁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노짱의 죽음을 기리고 정부에 대한 정국 쇄신 요구를 천명한 것으로 족하다. 그 다음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라. 국회에서, 일터에서, 학교에서.....(기사 참조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32&type=all&articleid=2009061115493594301&newssetid=1270) 정말 아니다 싶으면 누가 부르거나 준비치 않아도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선다. 억지로 멀 만들려 하다간 청와대 말마따나 제대로 ‘역풍’ 맞는다. 박지원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 장소는 역시 국회”라고 한 것은 지금으로선 백 번 옳은 소리다.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에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첫째, 사람들이 모이지 않거나 분노치 않는다고 해서 추모 열기가 식어버린 게 아니라는 것과 둘째, 추모정국에서 재정립된 노짱의 정치 철학을 계승하고 그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추모열기에 반짝 편승하여 노짱을 팔았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행여라도 추모열기가 이미 식어버린 것으로 오판하여 노짱을 다시 버리려는 시도가 민주당이나 진보진영 그룹 내에서 확산된다면 다음 선거 때도 우린 볼 일 없어진다. 어설프게 획책하는 잦은 집회와 시위는 노짱의 죽음에 대한 반발만 키운다. 노짱이 죽음으로 남긴 자산은 분노의 표출로 계승되는 게 아니라 슬픔과 자책의 속다짐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명심하자! 변덕이 죽 끓는 듯한 행보를 보이지 말고 장례 기간 중에 내보인 민심의 위력함을 믿으라. 어제 상가에 갔더니 보수색 짙다는 대구 경북의 객들조차 대부분 노짱의 죽음을 애도하더라. 그것이 민심이다. 국민적 공감이 뜨거울 때 반감을 일으키지 말았으면 한다. 노짱에게 미안해서 자신이 죄인된 심정이라서 어디다 분노를 표출해야할지도 모르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민심을 나무라지도 말고 외면하지도 말고 그 민심을 존중하며 표로 심판할 저력을 차곡차곡 쌓아갈 일이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고심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다. 길거리의 쪽수 정치는 난지도의 쓰레기 더미 속에 묻힌 지가 오래인 구시대의 유물이다. 가신 님처럼 부디 정도를 걷고 원칙을 존중하는 행보를 기대한다.

내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추모 정국의 마무리는, 대통령과 정부가 추모정국을 일으킨 데 대한 진정성 있는 대국민 사죄를 하고 국정쇄신안을 제시하여 상심한 국민들을 달램과 동시에 논란의 소지가 큰 각종 악법들을 여와 야가 합의하며 조정하거나 철회함으로써 정국을 안정시키는 상황이다. 그리고 누가 잘나고 못났는지는 각종 선거 때 표로써 심판을 받으면 된다. 지금의 추모 정국을 일으킨 책임이 큰 만큼 아무래도 여당과 청와대가 뺏길 게 더 많은 게 당연하다. 그 당연한 마무리를 당연하게 행하는 통 큰 대통령을 보고 싶은데....꿈일래나...꿈이겠지...아여여, 흐이여으~~~붕어야, 게 섯거라, 나랑 노라죠오오~~~.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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