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만지기-군맹평상(群盲評象) !

장님 코끼리 만지기-군맹평상(群盲評象) !
2006.01.20.13:01

고대 인도의 어느 나라 왕이 맹인들을 몇 사람 불렀다. 그리고 큰 코끼리를 한 마리 데려다 놓고는 그 맹인들로 하여금 각자 따로따로 코끼리를 만져보도록 시켰다. 어느 정도 만지게 한 후, 왕이 맹인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코끼리는 과연 어떻게 생긴 동물이라 생각하는고?"

첫번째 장님이 대답하기를

"딱딱한 무 같은 동물입니다."

이 장님은 코끼리의 상아만을 만져본 장님이었다.

두번째 장님이 대답하기를

"무슨 얼토당토 않은 말이요? 코끼리는 분명 나무기둥 같은 동물이랍니다."

이 장님은 코끼리의 다리만을 만져본 장님이었다.

세번째 장님이 대답하기를

"아니, 당신들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요. 대왕마마, 저들의 말을 믿지 마소서. 제가 직접 확인했나이다. 코끼리는 분명히 딱딱한 바위 같은 동물입니다."

이 장님은 코끼리의 머리통만 만져본 장님이었다.

또 어떤 장님은 코끼리의 배만 만져보고는 코끼리는 넓고 물렁물렁한 널빤지 같은 동물이라 하였고 또다른 장님은 코끼리의 코만 만져보고는 코끼리는 길고 주름진 방앗공이 같다는 둥 제각기 다른 형상을 주장하였고 제각기 다른 의견과 주장으로 서로간에 치열하게 다투는 것이었다.

작금의 황박사 사태를 바라보며 떠오르는 불교 설화의 한 대목이다. 황까의 입장에 서있든 황빠의 입장에 서있든 우리 모두는 저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장님의 모습은 아닐까. 위 설화에 나오는 장님들의 제각기 다른 주장들은 완전히 맞지는 않지만 또한 틀린 말도 아닌 것이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자기가 경험하거나 알고 있는 작은 지식과 정보에 기대어 모든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게 되는 '편견'의 지배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살면서 때론 그 편견이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켜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를 참 많이도 보고 겪기도 한다.

우리는 누구나 사물과 현상에 대하여 혹은 사람을 평가할 때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오류를 범할 수 밖에 없다. 논리학에서 흔히 언급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이것이다. 위 설화에 나오는 장님들은 그들 저마다의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제각기 다른 말을 하고 다투지만 그 어느 장님도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코끼리를 다 만져보는 지혜와 여유는 없었다. 모든 장님들이 그런 지혜와 여유를 지녔다면 그들 모두는 아마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의 설명만을 듣고 능히 코끼리의 생김이 어떤지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코끼리를 만진 장님들은 결론이 성급했을 뿐이다. 성급한 결론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윈스턴 처칠은 잠을 한 번에 몰아서 자질 않고 그때 그때 시간 날 때마다 잤다고 한다. 그것이 그가 정오까지 잠을 잔 이유가 되었다. 그의 수면 습관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정오까지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라 판단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남의 일이라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화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황박사 사건, 속단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검찰을 '장님이 아닌 두 눈 부릅뜬' 검찰이라 믿고 차분히 기다려보는 지혜와 여유를 가져보자. 당장 내일 지구가 거꾸로 돌아가거나 설령 줄기세포가 없다한들 대한민국이 망할건 아니쟎는가!

===東山高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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