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마지막 편지...사랑 서신 제199호





이 글은 감옥으로부터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담장을 나서기 전 채우려던 사랑글 200호는 부러 남겼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다시 또 육필로 편지를 쓰게 될 일이 없을라치면
남은 마지막 200번째 편지만큼은 백지로 남겨 두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백지 편지에는
우리가 함께 꾸려갈 우리들의 남은 삶을 써 넣고 싶었습니다.
‘지금처럼 가슴으로’ 함께 나누어갈 우리들의 소중한 미래가
바로 사랑글 제200호에 쓰여질 내용입니다.
이 다음에, 이 다음에 나중에 언젠가 우리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는
제200호 사랑글의 마침표와 서명 칸은 공란으로 비워두어야겠지요.

그 두 번째 이유는,
99란 숫자가 지닌 매력 때문입니다.
내 지난 번 언젠가도 99란 숫자가 지닌 매력에 관해 얘길 했었지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숫자,
그래서 외려 100보다 완벽해 보이는 숫자가 99라 했던가요.
혜송님을 두고 숫자 99와도 같은 사람이라고도 했었지요.
확실히 99는 뭔가 모자라 보이는 98이나 답답해 보이는 100보다는
한결 유연해 보이고 미래지향적인 숫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완성이란 달리 말하면 무한한 가능성과 꿈과 희망의 역설적 표현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99란 미완의 숫자는 확실히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숫자입니다.

오늘 감옥으로 오는 혜송 님의 마지막 사랑글을 받았습니다.
혜송님의 100번째 사랑글은 날 품에 안는 것이라 했던가요.
그러지요, 담장을 벗어나는 날
그 누구도 우릴 감시하지 않는 파란 하늘 아래서 힘차게 포옹하는 것으로
혜송님의 100번째 사랑글과
나의 200번째 사랑글의 첫줄을 함께 쓰도록 하지요.
짧지 않은 세월, 참으로 고생 많았던 혜송님에게
이곳에서 사랑글로 전하는 나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혜송님, 그간 정말, 정말,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가슴으로'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오래 전 3월 20일 **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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